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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대한 짧은 생각

써나가기 2008/12/23 00:38 posted by 프렌치 핑크

1. 일이라는 것이 때로 지겨운 것이야 대단할 것은 없지만, 요즘은 과외선생님이 된 기분이다. 그것도 공부도 못 하면서 말 안 듣고 버릇이 없으면서도 툭하면 과외 선생님 탓만 하는 그런 아이를 가르쳐야 하는, 그래도 짤리면 절대 안 되는 그런 과외.

2. 일에서 받는 스트레스에도 여러가지가 있다. 맨바닥에서 무언가를 만들어 내야 하기 위해 받는 스트레스,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는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는 고급 스트레스다. 분명히 스트레스이지만, 그래도 견뎌내는 보람이 있다. 이런 스트레스를 A라고 하자.

하지만 의미없는 일을 하는데서 오는 스트레스, 스스로 생각하기에 무의미한 일을 하는데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기 때문에 스스로가 허비되고 있다는 생각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정말이지 사람의 기운을 빨아먹는다. 이런 스트레스를 B라고 하자.

A와 B가 같은 강도라면 생산성은 B쪽이 훨씬 낮다. 나만해도 B스트레스가 많은 요즘은 회사에서 일이 많다많다 말하면서도 어느사이 빈둥거리고 있을 때가 많다. 어쨌거나 시계는 돌아가고, 어차피 별 의미없는 일이니 그냥 시간이 흘러가게 두는 것이다. 하지만 A스트레스가 많았던 프로젝트는 도저히 빈둥거려지지가 않았다.

3. 사람은 단지 돈 때문만이 아니라, 의미를 찾기 위해 일한다. 그 의미라는 것이 어린시절부터의 꿈이라거나, 세계평화에 이바지하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도 상관없다. 결과적으로 외부에서 보기에는 두 가지가 별반 다를바 없는 일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은 똑같다고 해도, 그 보고서를 보고 누군가 어떤 의사결정을 내릴때와 그저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버릴때의 기분이 다른 정도의 그런 차이일 수도 있다. 어느 편이건 월급은 나오지만, 그렇다고 해서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보고서를 쓰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4. 흔히들 사회주의의 실패를 이상적인 면에 치우쳐 인간의 이기적인 본성을 간과했기 때문이라고들 말한다. 그러나 어쩌면, 이 유례없는 전세계적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과거 어느때보다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진 21세기에 다시 사회주의가 돌아온다면, 의미를 추구하는 인간 본성을 얼마나 잘 다룰 수 있으냐가 성공의 또다른 관건이 될지도 모르겠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쉽고 명확한 지표가 있다. ‘돈’  물론 그 ‘돈’이라는 지표는 많은 경우 실제와 불일치를 일으키고 주객이 전도되긴 하지만, 어찌되었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훌륭한 지표이다. 그 사람이 얼마나 대단한 능력을 지니고, 그 사람의 말과 생각이 얼마나 가치있는가를 보여주는 간편한 지표가 ‘연봉’이다.

때로는 역설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데도 안 벌기 때문에’ 더욱 초월적 의미를 지닌 행동들을 나타내주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자원봉사는 왜 아름답고 왜 뿌듯한가. 많은 경우, 일 자체가 차별화되지는 않는다. 회사 식당에서 배식해주는 일이나, 노숙자들을 위한 급식소에서 배식해주는 일이나 일의 종류는 같다. 하지만 전자는 고단한 노동의 사례이고, 후자는 아름다운 자원봉사의 사례이다. 돈을 받지 않으니까.

그런데 사회주의 사회에서는 그 두가지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자신의 노동으로부터의 소외를 문제로 들긴 했지만, 분업화된 사회에서 어차피 자신의 노동의 산물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기 어려운 상황이 보편화될 때 그 소외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던가?

뭐.. 다만 내가 공부가 부족해서 일런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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